보리암 주지 능원스님이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
8년 간 8억여원 장학금 지급
범죄피해자 가족 돕기도 나서
“불교 자부심 가져라” 마지막 법문
오는 31일 임기 8년을 마치고 남해 보리암을 떠나는 주지 능원스님이 마지막 장학금 전달식을 했다. 스님은 임기동안 보리암이 위치한 남해 지역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진주 등 인근 지역 학생들에게 많은 장학금을 지급했다. 스님은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5년까지는 남해 사천 등에서 민생 안전을 위해 수고하는 경찰관 자녀들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했었다.
지난 21일 일요일 보리암 보광전에는 학생과 학부모 30여 명이 자리했다. 이 날은 스님 임기 중 마지막 장학금 전달식이며 마지막 법회였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 만들기에 적극 활동해온 사회적 기여자 자녀들이 이 날 장학금 수혜자들이었다. 중고대학생 20명이 선발됐다. 중간고사 시험 시기와 겹쳐 학부모들이 대신 참여한 가정도 많았다. 스님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장학증서를 전달하며 손을 잡고 격려했다. 대학생 1인당 70만원 등 총11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스님의 장학금 수여는 남해 등 인근 지역에 꽤 유명하다. 남해 사천 지역 경찰관 자녀 돕기 외에도 보리암이 위치한 상주 지역의 초 중고등학교를 비롯 남해 전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장학금을 전달했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남해 지역 중고등학교에 전달하는 장학금은 지급 대상과 금액 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이 지나면 매달 적금을 들어 이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장학금을 전했다.
진주 동명고등학교는 스님이 직접 졸업식과 입학식에 참석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법문을 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스님과 불교 호감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지난 2016년 5월에는 남해 경찰서와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어 피해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범죄 피해자들이 일상생활로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하는데 골몰했는데 보리암이 나서 많은 도움을 펼쳤다.
스님과 보리암이 8년 간 이 지역 학생과 지역 학부모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8억여원에 달한다. 스님의 장학 활동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몇 해 전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토록 열심히 그리고 많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이유에 대해 능원 스님은 “보리암은 전국의 불자들이 한 가지 이상 소원을 지니고 찾아오는 기도도량으로 장학금은 그 분들이 공덕을 쌓아 소원이 성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나는 기도하는 분들을 대신해서 전달할 뿐”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지역학생 장학금 전달 뿐만 아니라 군 포교에도 많은 관심을 아끼지 않아 군법당 건립, 군승 후원에 나서기도 했으며 남해경찰서에 법우회를 조직해 법회를 봉행하고 직원들의 신행활동을 돕고 격려하는 등 포교에도 큰 기여를 했다. 남해경찰서 유정식 법우회장은 “스님이 오셔서 불자들을 모아 법우회를 조직하고 남해 군민과 직원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법회를 주관하셨다”며 “저희 경찰서 법회 초석을 다져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한편 이날 장학금 전달식에 앞서 열린 법회에서 스님은 8년간의 소회를 피력하며 신도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스님은 이렇게 인사했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처음 부임했을 때 했던 말을 다시 되새기면 수행과 교화가 출재가 할 것 없이 부처님 제자의 본분사다. 불교 신자가 줄어든다고 하는데 다른 데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수행교화를 게을리 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수행도 뒷전 교화도 뒷전인데다 불교가 부끄러운지 절에 몰래 왔다 몰래 가는 신도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불교가 무슨 도둑도 아닌데 왜 떳떳하게 밝히고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가, 새벽에 포행을 가는데 컴컴한 새벽 산길을 세 살 꼬마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걸어서 올라오더라. 불심이 없으면 그 새벽에 고생하며 산중 절에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산중에 있으면서 절망과 함께 희망을 보았다. 승복을 입고 사는 것은 내가 믿는 불교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이다. 최고를 최고답게 가꾸려면 많은 불편을 감내해야한다. 그것이 수행이고 교화다. 이 본분사를 잊지 않고 실천하는 불자가 돼주기를 기원한다.”
보리암 주지 능원스님이 사회적 기여자들에게 마지막 장학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 찍는 모습. |
남해=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